해보자!
웰컴 투 동막골(?)
@ 2011. 3. 29. 16:33 |
강원도 산골짜기. 전쟁이 터져도 감자밭을 파헤치는 멧돼지가 더 걱정인 사람들. 아이들처럼 막 뛰어다니라는 의미의 마을이 동막골이다. 8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 영화는 분단의 아픔을 순수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동화 같은 영화의 백미는 역시 강혜정을 비롯한 순수하고 어눌한 강원도 산골마을의 주민들이다. 총을 모르고 전쟁을 모르고, 고기도 먹지 않는 이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잔인하게 상처받은 국군과 인민군을(그리고 미군까지!!) 순순한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려버리는 포스를 자랑한다.
동막골의 비극은 그들에게 동화된 연합군(?)의 희생으로 지켜지고 마지막 순수한 인간과 공동체는 영화속에서 신비의 마을로 남겨진다. 물론, 가상의 공간이고 영화적 묘사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이곳저곳에서 만나는 나이 지긋하신 우리의 어르신들과 많이 닮아있다.
동막이라는 지명은 전라도에도, 인천에도 그리고 강원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얼마나 발음하기 신나는 이름인가. 동막리. 동동동도로동동막리.
그러나 동막리는 요즘 마을 이름만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며 안타깝고 열받는다.특별한 연고도 없고 강원도에 동막리가 있는지 알게 된 지도 6개월이 체 되지 않았지만, 역시나 먹먹하고 답답하고 안타깝고 열받는다.
강원도 홍천군 동막리는 요즘 언론에도 많이 나온다. 지방세를 목적으로 홍천군에서 추진하는 골프장 예정부지로 선정된 곳이 동막리다. 강원도가 어떤 곳인가. 산 좋고 물 좋고 인심좋은 곳 아닌가. 주요 산업은 농업이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이곳 저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며 수도권 및 전국 여행객들의 입맛에 쏙 들게 개조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넓디 넓은 강원도 산골짜기 존재하는 작은 단위의 마을엔 까막딱따구리, 하늘다람쥐, 삵, 수달, 단비, 먹구렁이 등등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수려한 산림과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동막리 역시, 그런 아주 살기좋은 마을 중 하나다.
아이고, 그러나 돈에 눈 먼 지방정부와 사업자들은 이 보기좋고 살기좋은 자연이 그저 파헤쳐야 할 개발대상지로만 보이겠지요. 동막리는 지금 수려한 산림을 밀어버리고 몇몇의 가진 자들의 라운딩을 위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의 눈에는 하늘다람쥐도, 수려한 산림도, 아름드리 나무도, 살고 있는 주민도 보이지 않는가 보다. 돈 몇푼 쥐어주고 나가라니, 못 나간다는 주민에게 돈이 부족하냐는 천막한 질문을 던지는 이놈들에겐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허파이자 산림자원의 보고가 아닌 개발이 안된 낙후한 지역이고, 주민들은 그저 원주민일 뿐일게다.
△ 골프장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삼척에도 동막리가 있다.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 삼척시장의 아주 위대한 공약이었던 ‘친환경 생태마을’로 선정된 이곳은 우렁이농법을 이용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특화시키기 위한 아주 바람직한 정책의 대상지이다. 얼마나 좋은가, 농약으로 인한 오염과 피해를 줄이고 지역주민의 소득까지 올리는 이런 정책.
아이고, 이런. 삼척시장은 생각이 없나보다.
삼척시 근덕면은 지금 강원도의 ‘뜨거운 감자’인 핵발전소 유치 예정지역이란다. 재밌는 것은 그 예정부지 길 건너 바로 ‘동막골 친환경 생태마을’이라는 것이다. 아니, 친환경이라면서 핵발전소를 옆에 유치하려 한다니. 역시 내 예상대로 삼척시장은 생각이 없거나 혹은 삼척 지리를 모르거나, 혹은 치매에 걸렸거나....
△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다 없어진다. 그 자리가 원주 유치 예정지다. 사진에 보이는 산이 전부.
소방방재산업단지 공사가 중단되고 어마어마한 넓이의 산림을 파헤쳐 놓은 삼척시는 기업유치가 불발되자 이 부지를 포함한 더 넓은 지역을 원전유치예정부지로 선정한 상태다. 그 중간에는 군부대가 있고, 옆에는 친환경 생태마을이 있고, 그 다른 옆에는 해양 레일바이크 관광단지가 있다. 원전을 찬성하는 시민이 96%라고 자랑하는 삼척시는 반대하는 주민은 삼척을 떠나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원전을 유치하고 그 옆에는 생태마을을 만든단다. 방재산업단지 조성으로 이주했던 한 마을은 원전부지에 이주단지까지 포함된 바람에 체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이주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대책위 주민의 식당은 손님이 끊긴지 오래란다.
△ 삼척 소방방재산업단지. 산림을 파헤쳐 좋고 공사가 중단되었다. 아이고, 흉물스럽긔
강원도 산골짜기 조그만 마을 동막리에는 더 이상 강혜정처럼 순수한 바보도, 멧돼지가 가장 커다란 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을 이장도, 공동 경작과 공동 소비로 착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민들도 없다. 18개의 구멍을 위해 수십만평 잔디를 깔고 살인적인 농약을 뿌리는 골프장과, 방사능 오염으로 병마의 위험에서 살아야 하는 초췌하고 근심어린 몇몇의 주민만이 있을 뿐일 것이다.
두 동막리는 어찌될까. 앞으로 10년뒤, 우리가 찾아갔을 때 마을 주민들이 "동막리에 어서 오세요!!“ 라며 반겨줄 것인지 걱정스럽다.
웰컴 투 동막골. 그 순수함을 지키자.
구제역 대란, 결국 시스템이 문제다.
@ 2011. 1. 18. 14:40 |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지 세달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200여만두가 살처분되고, 전국적으로 백신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쪽에서는 조류독감이 올라오고 있다.
각 도로마다 방역초소가 생기고 철통 방역을 하고, 백신접종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세는 멈추지 않는다.
살처분 가축의 실질적 보상조차 그 규모에 있어 불투병한 가운데 강원도 곳곳의 민심은 흉흉해졌다.
초기대응이 미진했다는 불만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간간히 외국 축산물 수입의 정당성을 찾기위한 수작이라는 '음모론'도 소리없이 퍼져나간다.
백신접종을 하는 공무원이 전염시킨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순간에 삶의 모든 것을 땅에 뭍어야 하는 농민들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 및 사람 전염병에 대한 사회경제적 해석을 담은 새사연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방역 초기대응의 문제 및 각종 구제역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가 근본적인 시스템에 있다는 주장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속의 상품화 된 가축의 기업형 축산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고, 그들의 지배구조를 설명한다.
이 보고서는 위생과 방역을 소홀히한 일부 농민들의 문제, 혹은 초기 발병을 은폐했던 일부 축산농가의 책임으로 구제역 사태의 원인을 귀결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첨부 <구제역과 조류독감, 그리고 인간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