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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5 [천사와 악마] 진실을 감추는 방법

[다빈치코드]에서 예수의 후손을 지키기 위해 이도 저도 아닌 단서로 머리를 굴리던 짜맞추기 달인 랭던교수가 돌아왔다.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코드]보다 더 도발적이고 직접적으로 구교를 공격한다. 물론, 종교자체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구교의 강력한 권력, 그 권력에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구교에 대한 적개심은 양념일 뿐, 까보면 개인의 욕심과 빗나간 신념으로 일어나는 비극적 살인사건을 밝히는 수사물일 뿐이다.

책을 읽었을 때 궁무처장 역은 호아킨피닉스가 어울릴듯 했는데 이완맥그리거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교황의 비서인 궁무처장이다. 반물질이라는 빅뱅을 가능케하는 실험에 교황청이 참여한 사실을 알고 독실한 궁무처장은 신의 영역을 넘보려는 교황과 그 측근들을 제거하려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옛날 교황청에게 박해받은 "일루미나티"라는 과학자들의 모임을 부활시키고, 그 위기를 자신이 구하는 것 처럼 조작하여 스스로가 교황의 자리에 올라 새로운 교권을 확립하려 획책한다. 그러나 그 음모는 똑똑하고 잔머리 짜맞추기 대마왕 랭던교수에게 들통나게 된다.

반은 악마, 반은 천사.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성찰이 가득 담긴, 그리고 자신의 목표와 신념을 위해서는 그 방식이 옳지 않더라도 끝까지 밀어부치는 결과론적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는 살인을 통해 구교를 정화시키려 하였고, 마지막 몸을 불태우면서도 신에게 구원을 구걸한다. 대의를 위한 살인. 정화를 위한 순교. 그리고 정의와 불의의 혼재. 그 안에서 나약한 인간의 잘못된 선택은 도덕적이어야 할 종교를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나, 진실은 역시 감추어지고, 구교의 흔들린 도덕성은 심판조차 받지 못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안쓰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객관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거기에 자살이라 하니) 당황스러워 하다 타살음모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과 청와대의 실세들은 조문을 왔다 쫓겨나가고, 전국의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영화 이야기하다 갑자기 이 무슨 이야기인가?

일단, 난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노무현 지지자가 아니다.(당연하지)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 시절 수많은 집회와 시위에서 경찰들에게 맞은 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릴 정도다. FTA를 추진하고, 수많은 노동열사들의 죽음을 종용했던 그를 내가 좋아할리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를 전달했을 때에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은 없었다. 단지, 그가 안쓰러웠다. 역대 대통령 중 깨끗한 도덕성을 지닌 대통령이 있는가.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이명박 대통령만 봐도 정답은 나온다. 그런데 왜 그는 죽음을 선택할 것일까.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큰 도둑이 못되서 죽었다" 라고 하던데 맞는 말 같다. 이 안쓰러운 죽음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권을 보아라. 무엇이 두렵워 이러고 있는가.

영화 속 바티칸 지하에서 발견된 반물질 폭탄.

[천사와 악마] 영화 속 궁무처장은 스스로가 숨겨놓은 폭탄을 스스로 처리하면서 자신을 기적의 사나이로 만들려 한다. 그것을 통해 자신이 교황으로 추대될 것임을 계산하고 자신의 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여기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신의 뜻이다.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살인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리고 죽임을 당하는 그들은 신의 뜻을 벗어난 죄인이다. 죄책감은 없다. 독실한 종교적 신념은 광기로 번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이명박 정부의 꼬라지

이명박 정부는 사면초가다. 박정희때는 경제라도 살아났지 않았는가(그를 옹호하지 않는다). 근데 이명박은 아무것도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희망이 안보인다. 삽질 정부, 공안정부, 그리고 반민주주의 정부. 한 국가의 CEO가 되고자 했던 그의 신념은 이제 광기를 넘어서 헛짓거리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위의 사진이 바로 그의 (그리고 그의 정부)실체다. 무엇이 두려워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것이냐, 아니면 국민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것이냐.


                      오늘(25일) 오전 북이 핵실험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주말 모든 예능프로를 결방시키고 모든 포탈 사이트를 검게 바꾸었다. 그리고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언론들도 대서특필하며 그의 죽음에 대한 수많은 뉴스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늘(25일) 오전을 기점으로 헤드라인은 바뀌었다. 북의 2차 핵실험소식이 전해지자 사탕에 개미 꼬이듯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YTN뉴스를 4시간동아 보고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뉴스 마지막 한꼭지로 전락해 버렸다. 하긴, 청와대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과 국민적 질타를 한번에 묻어버릴 좋은 기회이긴 하다. 이명박에게 이것은 호재일 수 있다. 마치 용산참사를 뭍어버린 강호순 처럼 말이다. 보수언론의 공세를 그냥 믿을 국민은 많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스로 신이 되려 했던 궁무처장. 그는 나쁜사람이 아니었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타살 음모설은 그런 고민을 낳았다. 신이 되려 했던 궁무처장은 방법보다 결과를 위해 신념을 광기로 뒤틀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은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문 분향소를 봉쇄했다. 북의 핵실험으로 모든 보수언론이 기사의 꼭지를 비틀었다. 진실을 알기에는 우리가 접하는 매체는 너무나도 많다. 눈 뜨고, 귀열고, 마우스를 잡으면 초 단위로 쏟아지는 기사에 무엇이 진실이고 중요한지 판단이 흐려진다. 그러나 하나만 기억하자. [천사와 악마]에서 궁무처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교의 번영이었고, 그 목표를 위해서 도덕적 타락은 중요치 않았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어떠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 방법을 과연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진실이 두려워 감추려는 그들의 더러운 방법을 꿰뚫어 보는 것은 우리들의 깨끗한 도덕성이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듯이 더러움은 깨끗함을 가릴뿐, 없애지 못한다.


천사와 악마
감독 론 하워드 (2009 / 미국)
출연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아옐렛 지러, 스텔란 스카스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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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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