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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8 [우리는 액션배우다] 꿈을 쫓는 사람들.

우린 액션배우다
감독 정병길 (2008 / 한국)
출연 권귀덕,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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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액션배우다](정병길 감독 2008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꿈들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삶이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꿈의 무게는 꼬꼬마 시절 뜬구름과 같다면 세상을 조금씩알아가는 나이가 되고, 또 그 세상에 한발 들여놓게 되는 순간, 뜬구름은 그 크기에 비례하는 질량으로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꿈꾸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상이한 삶을 살면서 그 꿈을 다시 뜬구름과 같이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아, 그렇게는 안되야 되는데.

꿈을 쫓는 사람들, 그 용기에 박수를..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액션배우들의 삶에 대한 다큐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보는 배우가 아니라, 위험한 스턴트를 하는 액션배우들이다. 예상대로 그 배우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촬영은 매우 위험하다. 차를 뒤집어야 하는 스턴트와 배우 대신 맞아야 하는 연기, 우리가 영화에서 "위험하다"라고 느끼는 대부분의 장면을 이들이 대신한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기는 그 누가 강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제발로 걸어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액션스쿨 8기 60여명이 지원하고 36이 합격, 이중  한달만에 16명을 제외하고 다 제발로 나갔다. 그리고 4년이 지나고, 스턴트를 하는 8기들은 단 3명이다. 액션배우를 꿈꾸다 영화 감독이 된 이 영화의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동기들의 삶을 거친 화면속에 담는다.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재밌지만 그 속에 담긴 액션배우들의 삶은 적당하지 않다.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는 장면을 이들은 웃으면서 해치운다. 왜일까. 그것이 그들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무섭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사진 중 선글라스를 낀 배우는 권귀덕. 영화 [괴물]에서 한강으로 뛰어든 배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카 스턴트의 지존이라고 한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 "죽음이 무섭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 일을 시작해서도, 하고 있어도 안되죠." 5년전 차에 치이고 멀쩡하게 일어나는 자신을 보고 스턴트를 꿈꾸게 됐다는 그는, 8기 액션스쿨 학생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영화 [놈놈놈]을 찍다가 당시 무술감독이었던 고 지중현 감독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3명중 2명이 일을 그만둔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꿈을 버리고 패배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는 그들을 보여준다.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그들, 모두 한번씩은 저승사자와 악수를 하고 돌아온 그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들을 '배우'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사실에 그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크기. 그들의 이야기. 꿈을 쫓는 자의 아픔. 그리고...

각자의 사연은 다 있다. 영화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비추어 주고, 현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얼마나 꿈에 가까워 지려 노력하고 있는가. 얼핏 보면 생각없어 보이고, 양아치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할짓 없어 몸굴리며 산다고 할 수도 있다. 죽으려고 발버둥 치는 얼치기로 보이기도 하다. 그렇게 비춰지는 모습들이 그들에게는 가장 큰 상처이고 아픔이다. 꿈을 쫓는 사람들에 대한 멸시, 현 사회의 굴레속에 천대받는 직업. 그리고 그들에 대한 편견. 얼마만큼 열심히 살아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다수의 편견을 영화는 조심스레 경고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모두 액션배우다 라고. 그리고 그 액션배우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당당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자.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삶을 비추는 고마운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 하나다. 영화 속 허구들이 너무 허무맹랑하다면 이러한 좋은 기능을 느끼지 못하겠지만(예를 들어 트렌스포머를 보면서 무엇을 비춰야 하는가?) 우리의 삶과 조금이라도 엇비슷 하다면 이러한 좋은 기능을 100% 발휘한다. [우리는 액션배우다]라는 영화는 이러한 점에서 나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꿈을 쫓아 가는 나의 모습. 어떠하나. 권귀덕 배우가 이야기 했던 "죽음이 무섭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이란 말에서 나도 이런 각오가 되어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곧, 아직 부족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권귀덕이라는 액션배우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미친듯이 좋아서 행복한 사람. 행복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미친듯이 하는 배우. 그 액션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죽음을 무서워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꿈을 쫓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그것은 나의, 혹은 우리의 삶에서 희석되어 가는 꿈을 잡으라는 일종의 경고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기본자세이다.

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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