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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다시 시작

#- 2014. 9. 24. 08:29 |

해보자!

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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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2010. 9. 3. 17:39 |

한달이 지났다. 본격적으로 마음을 놓고 일을 하지 않은지 한달이 지났다. 휴가도 다녀오고, 술도 거하게 마셨고, 집에도 들렀으며, 생일도 지났다. 아직 굶어 죽을 만큼 돈이 부족하지도 않다. 냉장고에 썩어가는 음식도 없고, 세탁기는 3일에 한번씩 돌아간다. 일주일에 두번씩은 외출을 하고 주로 여자친구과 영화를 보거나 저녁을 먹는다. 어제는 고용지원센터에서 고맙게도 20여만원의 실업급여까지 나왔다. 취업특강을 한번 들었고, 구직활동을 한번 이상 해야 한다. 할일도 있다. 평안한 일상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 일주일동안은 아무것도 못했다. 매일 7시에 일어나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던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평소 일하던 8시간이 괜히 불안했다. 낮잠을 자도 깊지 못했고, 게임을 해도 한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아무 이유없이 불안했었다. 내가 이런 시간적 호사를 부리는 것이 불편하고 낯설었다. 닭없는 백숙을 먹는 기분이었다.

그 불편함 속에 보낸 일주일 뒤, 일어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이 시계방향으로 서서히 옮겨 갔다. 신기한 것은 그 둘의 사이는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다는 것. 사람의 습관은 무섭다. 어쨌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18시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미리 결론을 이야기 하면 난 아직 그 시간이 버겁다.

집정리를 시작했다. 사실, 집이 그리 크지 않고 짐도 많지 않아서 정리라고 할것도 없다. 컴퓨터를 청소하고, 전선들을 정리하고 먼지를 닦는다. 물기없는 극세사 걸레로 여기저기 세심하게 먼지를 제거한다. 티비와 책장의 먼지도 털어내고 책을 다 꺼내서 다시 정리한다. 수납장이 없는 관계로 몇 안되는 내 물건들을 비어있는 책장에 진열한다. 일주일 뒤에 쌓인 먼지를 보면서 괜히 꺼내어 놨다 후회하겠지만 당장은 보기 좋다. 청구서와 우편물을 분리한다. 버릴 것들은 개인정보가 있는 경우 잘게 찢는다. 납부해야 할 청구서를 서랍속에 넣는다. 납부기한을 넘길 수 있기에 평소 자주 여는 서랍 가장 앞부분에 둔다. 침대보와 배겟잇을 벗겨 세탁기에 넣는다. 이불은 창문밖에서 먼지를 털고 잘 개어 놓는다. 햇볕에 말리고 싶지만 내 베란다는 너무 좁다. 매트리스를 들고 침대 침상의 먼지를 닦는다. 아직 새 가구에서 나는 따끔한 냄새가 남아있다. 일회용품을 한곳에 모은다. 명은 뚜껑을 분리하고 플라스틱 병은 조그맣게 만든다. 생수를 사다 먹어서인지 1.9리터짜리 병이 꽤 많다. 참치와 햄 등의 캔들도 물에 씻은 뒤 따로 모은다. 각 재활용 쓰레기를 현관 밖 복도에 내놓는다. 설겆이를 하고 수채구멍의 음식물 쓰레기를 그릇에 모은 뒤, 냉장고 속 먹지 못할 음식도 같이 모은다. 물을 짜서 모은뒤 고민을 한다. 양심은 음식물 수거함으로 향하지만 몸은 화장실에 왔다. 이번 한번만 여기에 버려야지. 거짓다짐으로 맘을 편히 만든다.

쓰레기를 다 정리하고 식탁에 앉아 잠시 쉰다. 담배를 피워야 할 순간이지만 난 이미 담배를 끊은지 100일이 넘었을 때다. 휴. 사람의 습관은 무섭다. 세탁기를 돌려 놓고 청소기를 돌린다. 극세사 걸레를 깨끗이 빨아 적당히 물기를 짜내고 마대자루에 고정한다. 걸레질까지 끝나면 땀이 제법 나온다. 돌아가는 세탁기의 상태를 보고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서 넣는다.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는 것은 어색하지만 혼자이니 상관없다. 화장실에 들어간다. 문을 닫는다. 그러다 문득 혼자이니 상관없다는 생각에 다시 연다. 욕실용 세제를 여기저기 뿌리고 구석구석 닦는다. 반짝였던 타일에 숨어 있던 때가 나온다. 변기를 닦으려다 멈칫한다. 아직 변기솔을 사기 전이다. 주방으로 가서 고무장갑을 가져 온다. 젖은 손을 억지로 밀어 넣고 변기를 닦는다. 벽과 바닥을 닦은 뒤 샤워기로 행궈내고 바닥 가득한 거품과 수채구멍의 머리카락을 치운다. 요즘들어 탈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지친 내 몸을 닦을 차례다. 몸을 닦으며 젠장. 쓰레기를 안버렸다. 아, 갈아입을 옷도 안가져 왔구나. 혼자이니 상관없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장으로 옮기고 나서 시계를 본다. 이런. 아직 오전이다. 담배를 필 순간이지만 난 이미 담배를 끊었다. 휴. 사람의 습관은 무섭다.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루 18시간. 그 중 8시간은 지난 1년동안 나에게 없던 시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시간안에 주동적인 내가 없었던 시간이다. 기계적이고, 의무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했던 시간이었다. 난 그 건조한 시간을 갚고 쓰고 모아야 할 돈에 대한 기다림으로 버텼다. 매월 10일. 월급이 들어오는 날 그 건조함을 아주 조금 적셔주는 기쁨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 무의미한 건조함에 말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앞뒤 재단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뒀다. 마침 때는 좋았다. 휴가철이고, 회사가 힘들기도 했고, 계약기간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무의미한 건조함에 말라가며 기계적이고 의무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했던 나에게 돌아온 8시간은 나에게 불편함과 어색함이다. 역시, 사람의 습관은 무섭다.  그리고 그 시점에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보다는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했다.

첫 단추가 어긋났다. 그리고 그 어긋남은 이어지고 있다.

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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