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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5 “I Believe in 민주노동당!”



여기는 우울한 도시 고담시(Gotham City).

범죄의 도시. 정의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법위에는 마피아가 있다. 도시가 이지경이 되니 검찰과 경찰은 물론 판사들도 마피아를 떠받들며 살아간다. 그런데, 정의의 꽃이라고는 잎도 피지 않을 것 같았던 도시에 밤마다 검은 망토 휘날리며 마피아만 때려잡는 용자가 나타나는데, 그가 바로 배트맨이다. 그는 정체는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 언젠가 고담시가 정의로운 도시가 되길 바라는 모범시민이다.


그의 앞에 나타난 신임 지방검사 하비 덴트(Harvey Dent). 브루스는 하비의 정의로움에 반해 그가 자신의 꿈을 완성시켜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비에게 던져준 선물. 그것은 후원모금파티.

“말씀은 고맙지만, 3년간은 재선에 안 나갈 겁니다.”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제 친구들과 후원모금 파티 한번이면 평생 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 파티에서 브루스는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 I believe in Harvey Dent." (전 하비 덴트를 믿습니다.)


 

여기는 이상한 도시 원주.


건강도시, 혁신도시, 첨복도시. 잘 모르겠지만 대략 이런 도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덜컥 당선되는 이상한 도시.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무장한 체 배째라며 주민들 농락하고 뒤로는 건설사 발바닥 핥아가며 골프장이나 지어주는 아주아주 이상한 도시 원주. 그런데, 이런 이상한 도시에 언젠지 모르게 나타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은 매일같이 경찰과 싸우기도 하고, 한겨울 아스팔트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남들 출근시간에 커다란 피켓을 들고 매연 가득한 도로 가운데 망부석처럼 서있기도 하다. 그들은 다름 아닌 불의에 저항하는 원주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그 시민들에는 항상 주황색 점퍼 휘날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노동절 원주 집회에 참석한 자랑스런 우리 민주노동당!!

그리고 그 민주노동당은 2010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6월 2일 지방선거. 시장 후보와 기초의원 후보 2명, 비례후보 1명이 출사표를 던진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여 당선이라는 성과를 보이고자 한다. 썩어가는 지역정치판을 엎어버리고 시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지역정치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전화가 한통 걸려 왔다. 이번 선거예산으로 사용할 특별당비를 낼 수 있겠냐는 의사확인전화였다. 10만원의 특별당비를 이야기하며 한숨과 사과를 반복한다. 그 한숨과 미안하단 말에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별당비를 약속하고(일단 5만원으로 하자 했다), 10만원을 선뜻 내지 못한 내 소심함에 또 한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새삼스레 하비 덴트가 부러워 졌다. 그러나, 하비 덴트에게 평생 돈 걱정 안할 파티를 열어줬던 브루스는 우리당엔 없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주는 정치자금을 덥석 받아먹을 당도 아니다. 물론, 주지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한 달 1만원도 부담스러운 당원들에게 특별당비 10만원을 권하는 선본원의 마음이 무거운 것은 당연하겠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6월 2일로 날아가 본다. 민주노동당 선거사무실은 축제분위기다. 시장은 물론 기초의원과 비례의원까지 모두 당선이 되었다. 한나라당의 표밭이라고 했던 강원도에서 당원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낸 감격적인 승리다. 모든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몰려오고 여기저기 카메라 플래쉬가 터진다. 당선자 4명은 서로의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며 희망찬 원주를 만들어갈 포부를 밝힌다. 이 모든 성과가 당원들과 원주시민들의 도움이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수많은 당원. 그리고 시민들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모두 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믿습니다!”

그리고 원주에서는 진보청치의 꽃이 피기 시작하겠다.


 

그러니, 우리 이런 행복한 날을 위해서, 혹은 전화번호를 눌렀다 끊었다 반복하며 한숨짓는 선거운동본부 상근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당을 알리기 위해 새벽부터 늦밤까지 고군분투하는 후보자들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특별당비를 내는 것이 어떠할지(우리 모두 브루스 웨인이 될 수 있다는 거) 뻔뻔하게 제안해 본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 원주시위원회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지풍산의 영화세상(http://ewmsis.tistory.com)


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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