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6.25 [똥파리] 핏줄을 이기는 폭력은 없다

똥파리 (2009년 양익준 감독 작품)

 

한 남자가 있다. 거친 몸짓과 건들거리는 걸음. 입에서 나오는 말에 대부분은 욕이고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남자다. 앞뒤 가리지 않고 피아식별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는 상훈은 용역업체 행동대장이다. 영화 속 상훈은 그 어떤 관대한 관객이 보더라도 심하게 뒤틀린 인물이다.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생이 있다. 아버지는 월남참전용사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약간 정신줄을 놓으시고 딸에게 수많은 폭력을 가한다. 하나 있는 남동생은 건달이 되어간다. 학업과 살림을 병행하며 아버지와 동생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받아야 하는 연희는 삶이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폭력을 행하는 남자와 폭력에 노출된 여학생. 그 둘의 만남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 똥파리는 폭력으로 파괴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폭력에 전염되는 젊은이들의 비극적 악순환에 대하여 경고한다. 자신의 분노를 출소한 아버지를 폭행함으로서 진정시키는 상훈은, 그러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때, 손목을 잘라서라도 다 빼버리고 싶다는 핏줄에 대한 중요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 “똥파리”처럼 더러운 곳에서 웽웽거리며 살아온 상훈이 “나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정확히 포착한다.

 

연희와 상훈, 그리고 상훈의 조카 형인. 이 세 사람의 나들이 장면은 상훈이 그토록 꿈꾸어 왔으나 아버지의 폭력에 무참히 짓이겨진 가족의 모습이다. 점차 마음 속 분노를 줄이고 아버지와 누나와 조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 갈 때, 영화는 슬프게도 비극적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나 그 비극적 결말은 오히려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영화는 폭력을 행사하는 젊은이들을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변환한다. 관객은 상훈의 폭력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어느 순간 그의 욕설과 폭력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딱 한번 웃는 상훈의 밝은 웃음을 기억하며 상훈의 삶을 안타깝게 받아드린다.

 

폭력으로 파괴된 가족. 그 파편에 상처받던 이들이 모인 새로운 가족의 모습은 영화 속 상훈이 꿈이자 돌아갈 수 없는 유토피아의 저편이다. 그리고 그 유토피아가 이루어 졌을 무렵, 안타깝게도 상훈은 그 자리에 없다. 연희의 동생이 상훈의 용역회사에서 건달이 되는 마지막 장면은, 파괴된 가족의 피해자이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 시대 수많은 젊은이들의 슬픈 현실이다.

 

똥파리
감독 양익준 (2008 / 한국)
출연 양익준, 김꽃비, 이환, 정만식
상세보기


<지풍산의 영화세상 http://ewmsis.tistory.com/>

Posted by 지풍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