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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9 [해운대] 쓰나미는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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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카신발. 머 같구나 대한민국.



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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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재난영화라 시끄럽던 [해운대 (윤제균감독 2009년작품)]가 벌써 800만 관객돌파라는 성과를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관람을 한 것은 개봉 후 어느정도의 관객평이 인터넷에 올라올 무렵. 정말로 알바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평은 극단적으로 갈리더라. 몇편의 리뷰를 보고는 객관적인 판단력을 흐릴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이후 [해운대]에 대한 모든 기사와 리뷰를 끊고 영화를 보는 날까지 개대도, 걱정도 접어두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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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보다 드라마에 집중

그러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감독의 선언이 틀리지 않았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사연과 사랑과 갈등을 그리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박중훈의 "메가쓰나미"걱정 장면이 없다면 주말드라마, 혹은 여름특집단막극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쓰나미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기제일 뿐, 그 자체가 주된 것은 아니다. 많이 비교되는 [투머로우(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2004년작품)]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기가 다가오는 장면이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는 상이하다. [해운대]는 스케일과 스펙터클에서 [투머로우]에게 밀리지만, 그것을 버린 대신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로 꽉 채운다. 그리고 감독이 이러한 선택은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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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쉬리(강제규 감독 1999년작품)] 이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그 양과 질이 모두 성장하였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스케일과 CG로 한국영화의 절정을 맛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CG의 양으로 승부했던 많은 영화들의 참패로 얼룩지기도 하였다. 최초의 어드벤처 무비를 표방했던 [아유레디(윤상호 감독 2002년작품)]의 대참패와 본격 SF영화 [내츄럴 시티(민병철 감독 2003년 작품)]의 실패.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장선우 감독 2002년 작품)], [예스터데이(정윤수 감독 2002년작품)], [2009 로스트메모리즈(이시명 감독 2002년 작품)] 등의 스타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한국영화의 암흑기가 왔다는 걱정마저 나돌게 되었다. 보다 새롭고 참신한 시각적 효과는 이미 헐리웃의 영화들로 인해 관객의 눈이 높아진 것도 있겠지만, 보다 정확한 참패의 이유는 이야기의 부족이었다. 즉, 영화의 내러티브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산만하게 배치된 CG가 그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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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장르영화는 뜨지 못하는가.

기존의 공식, 관습, 도상적인 틀에서 그 이야기만 조금씩 바꾸는 헐리웃의 장르영화는 꾸준히 재생산된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 본 듯한 장면들로 채워짐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신나게 영화들을 포식한다. 그러나 유독, 헐리웃의 장르적 특성을 되새김질한 한국영화들은 커다란 흥행을 하지 못한다. 특히 제작비용과 시간투자가 비대한 블록버스터의 경우는 열에 아홉은 그 비참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싸이렌, 단적비연수, 화산고, 천사몽, 퇴마록, 튜브, 원더풀데이즈, 청풍명월, 역도산, 청연, 황진이, 태풍, 형사, 중천.
연도별로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제작비 대비 흥행실패작 들이다. 혹자는 제목조차 모를 수도 있는 영화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당시(제작년도)에 평균 제작비의 두배 이상의 돈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비주얼의 완성도보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한 것이다.

한국에서 먹히는 영화  소재.

뭐, 대부분의 관객이라면 동의하겠지만, 성공한(흥행기준) 영화의 대부분의 소재는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하거나 둘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소재를 사용한 영화들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한반도] 등의 역사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그 흥행을 절반이상 보장받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어쨌든 간에 역사소재의 영화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어낸다. 더욱이, 먼 역사보다 가까운 역사일수록 그 효과는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먼 역사를 다루면서 현재 한반도의 국제적 정세를 살며시 끼워 넣고 애국심까지 고취시키는 영화들도 등장하고 있다. [신기전], [황산벌] 등이 그런 맥락의 영화이다. 두번째인 소소한 일상의 소재는 [괴물]로 대표된다. 물론, 영화의 해석에 차이에 따라 [괴물]이 반미영화일수도 있고, 광주항쟁을 그린 영화라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에게 어필했던 것은 바로 우리 이웃과 같은 서민들이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설정이었다. 또한, 한국 최초의 괴수영화, 더욱이 헐리웃의 장르적 특성을 모두 뒤틀어 버리면서 우리들만의 독특한 감성을 담아낸 것 역시 영화 성공의 주요한 이유였다. (물론 당시 1천만 관객 돌파는 거대 자본의 제작, 배급, 상영의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있지만, 이것이 이후 이야기하자) 더 가까이에는 [추격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추격자]는 유영철과 강호순으로 연쇄살인 이라는 화두와 맞물려 흥행물살을 탔던 영화이다. 19세 미만의 폭력적 장면이 난무하는 스릴러였던 [추격자]는 소소한 일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누구도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포에 공감하는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어필됐다. [우생순]은 아줌마 국가대표들의 삶의 고닮픔을 그리면서 애국심까지 고취했던 탁월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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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로 돌아가자

[해운대]는 위에서 이야기 한 조건 중 두번째 조건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네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가 영화의 70% 이상 차지하고 인물들간의 갈등의 해소를 위한 장치로 쓰나미를 사용한다. 다가올 것이 예상되는 비극을 관객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그 비극의 존재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영화 인물들의 사랑과 다툼, 갈등과 화해에 집중한다. 어쩌면 몇몇의 등장인물들이 쓰나미에 의해 희생당하는 것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쓰나미로 인한 공포나 인물의 죽음이 가슴아파서가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1시간 30여분의 인생과 사연에 안타까움으로 흘리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혹자는 우연이 너무 많다, 많은 등장인물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작위적 설정이 많다라고 불평을 터뜨리지만, 잘생각해 보라! 우리들의 삶은 영화보다 더 복잡하고 징그럽게 얽혀있지 않은가. 그 복잡다단한 삶을 두시간에 이만큼 집약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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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재난영화의 시작

별다를 것은 없다. 굳이 "한국형" 이라 말하는 것도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헐리웃 거대자본의 대작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기에 "한국형" 이라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해운대]에서 보여준 것은 "우리도 이만큼 할 수 있다"라는 소극적 자부심이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다"라는 적극적 자존심이 더 어울린다.. 그렇기에, [해운대]를 바라보는 관객은 같이 웃고, 울면서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


해운대
감독 윤제균 (2009 / 한국)
출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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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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