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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3 [밴드오브브라더스] 다시보기 그 첫번째


[더 퍼시픽]이라는 미드를 보리라 맘을 먹은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 대장정에 한발 담그기가 어렵다. 10부작이라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그 이상의 미드, 즉 시즌을 이어가는 미드는 한번에 볼수 없다),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보다 익숙하고 언젠가 두번 정도는 본 것 같은 비슷한 미드를 에피타이져로 섭렵하는 것.

뭐, 당연한 선택으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더 퍼시픽]이 HBO에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편으로 제작되었고 구성역시 비슷하다]

2001년 제작되어 HBO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2009년 슈퍼액션을 통해 우리나라에 방영되었고, 물론 그 전부터 전쟁 드라마의 바이블과 같이 추앙받던 명작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101 공수사단 506 공수보병연대 2대대 5중대(Easy 중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1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이 왠만한 전쟁영화보다 커다란 스케일을 보여주며, 자칫 지루해 질수 있는 이야기를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구성으로 엮어내고 있다.


영화를 다시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본 영화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년 제임스 카메룬)]이다. 아마 과장 조금 보태서 100번은 넘게 봤다. 이유야 일단 재밌고, 더 큰 이유는 당시 삭제되지 않은 버전의 비디오 테잎을 어디선가 구했었다. 다들 아시다 싶이 당시 모든 외화들은 지금처럼 세계 동시개봉 이런거 없이 몇달 혹은 몇년뒤에 겨우 들어와서 그것도 여기저기 가위질을 해버리고 개봉하였었다. 당시 터미네이터도 많은 부분이 가위질 되었는데 가장 많이 상실된 부분이 영화 클라이막스인 T-800과 T-1000의 제철소 전투 장면 이었다. 아마 나는 당시 어린 마음에 그 "가위질"된 장면을 보는 것에 상당한 우월감이 있었을 꺼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서 몇몇의 배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영화 속 배우들의 이력을 그다지 외우지 않는다. 그저 "아! 그 영화에 그 역할로 나왔던 아무개"라고 기억하는 편이다. 특히, 일본영화의 배우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일단 이름이 어렵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1부에 등장하는 소블대위. 전형적인 훈련조교로 FM이지만 실전에선 고문관으로 나온다. 재수없고 오만하며 유치한 캐릭터이지만 그는 [프렌즈]에서 로스 역할로 사랑을 받았던 데이비드 쉬머였다. 소블 대위는 1부 이후 간간히 얼굴만 비추지만 그의 치졸한 연기는 극중 이지중대원들에게 회자됨과 동시에 관객들 역시 그의 존재를 항상 느낀다. 물론, 비호감이다.


소블대위에게 실오라기 하나로 트집잡히는 립턴 상사.
마크 월버그의 형이자 "뉴키즈 온더 블록" 멤버였던 도니 월버그는 이 드라마에서 실질적인 이지중대의 리더로 성장하는 립턴 상사를 연기했다.  선임상사를 거쳐 전시임관 장교로 임관되는 그는 극중 무게감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7부는 립턴 상사의 나래이션과 시선으로 당시 이지중대가 펼쳤던 벌지전투를 그리는데 이 한편에서 마크 월버그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 배우는 드라마 내내 나와도 그 존재감이 뛰어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몇 장면 안나오는 배우들도 있었다. 위의 데이비드 쉬머는 존재감있는 치졸연기 덕분에, 마크 월버그는 매 편마다 중요한 역할을 덕분에 많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작 당시가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이제 언급할 배우 두명이 별로 유명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 보니 까메오인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부는 D-DAY 노르망디 강하작전 이후 전사한 이지중대원들을 대신해서 온 보충병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보충병 중 한명. 앳되보이는 제임스 맥어보이. [원티드], [어톤먼트], [페넬로피]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엔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나와 있지 않고 인물 소개에만 잠깐 언급된다. 
 

앳되게 등장한 제임스 맥어보이는 채 1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처첨한 최후를 맞는다.

또 한명의 까메오 같은 엑스트라가 본 드라마 1부에 등장하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 나머지 9편에서 그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았다.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없었다. 더 슬픈건 제임스 맥어보이보다 짧게 나온다는 것이다. 대사도 몇마디 없으니 그의 천부적인 코믹 연기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사이먼 페그.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 [하우투루즈프렌드]에서 그의 연기에 반하지 않을 수 있던가?
그러나 본 드라마에서는 윈터스중위에게 소블대위의 편지를 전하는 전령으로 나오고 끝이다. 딱 그 한장면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장면. 컷으로 따지면 차타고 오는 장면 세컷, 차에서 내리는 장면 한컷, 윈터스에게 편지 전해주는 세컷. 대사로는 세마디. 윈터스 중위 두번 부르고 편지왔다고 말하는 게 전부다.  그가 계속 등장할 줄 았았고 또 기대했던 마음은 그저 방학 맞은 초등학교 교실처럼 창백해지고 말았다.

영화는 다시 본다는 것은 어떤 재미가 있을까.
보지 못한 장면을 찾거나 등장인물의 옥의 티를 찾거나 혹은 까메오로 등장한 유명 배우를 찾거나 특정 영화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주를 찾거나, 그리고 지금 유명한 배우들의 앳되거나 굴욕적인 등장을 찾거나!!

그리고 찾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짓는 미소는 영화를 다시 보는 사람만이 느끼는 즐거움이다.


Posted by 지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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